말통묵상 207 - 사순절에 듣는 신약성경(18)
2021.03.15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이해하는 성경 30강
3) 에레모스
헬라어 에레모스의 기본적인 뜻은 광야입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광야를 나타내는 히브리어 미드바르의 헬라어 번역이 에레모스입니다. 물론 신약성경에서도 에레모스는 광야로 번역되었습니다. 마태복음 3장 1절 “그 때에 세례 요한이 이르러 유대 광야에서 전파하여 말하되”에서 광야가 바로 에레모스이죠. 마태복음 4장 1절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에서 광야가 또한 에레모스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께서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하셨던 갈릴리 지역에는 광야를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에레모스는 갈릴리 사역에서도 등장합니다. 광야로만 번역되던 에레모스가 갈릴리 지역에서도 그 지명이 등장하자 이것은 번역자들을 무척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마태복음 14장 13절 “예수께서 들으시고 배를 타고 떠나사 바로 빈들에 가시니 무리가 듣고 여러 고을로부터 걸어서 따라간지라”에서 빈들이 바로 에레모스입니다. 광야의 에레모스가 빈들의 에레모스로 바뀌었습니다. 마가복음에서는 에레모스가 광야나 빈들이 아니라 아예 다른 말로 번역되었습니다. 1장 35절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에서 한적한 곳이 바로 에레모스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의문을 갖습니다. 왜 광야의 에레모스가 빈들이나 한적한 곳의 에레모스가 되었을까요? 광야, 빈들, 한적한 곳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예수님께서 홀로 계셨던 곳들입니다. 그렇다면 에메로스는 예수님께서 홀로 계시는 동안 그는 금식하셨고 기도하셨고 묵상하셨던 곳을 상징하는 장소를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4) 데가볼리
데가볼리라는 지명은 주전 4세기 알렉산더의 이스라엘 점령 이후 헬라 동맹의 이름인 ‘데카폴리스’(Decapoli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데카는 아라비아 숫자인 십이고 폴리스는 헬라의 도시국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데카폴리스 즉 데가볼리는 열 개의 헬라 도시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로마 시대부터 갈릴리 동부와 요단강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데가볼리 지방이 존재했습니다. 예수님의 사역 가운데 데가볼리 지방과 직접적인 접촉이 발생했던 사건은 거라사 지방에서 일어난 ‘돼지떼와 귀신들린 자’ 이야기입니다. 헬라문화권에서 돼지 사육은 일반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데가볼리 지방 중에 한 곳이었던 거라사에서의 돼지 떼 사건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5) 베데스다, 벳새다, 벳바게, 베다니
베데스다, 벳새다, 벳바게, 베다니는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주요 사역지들 이름입니다. 베데스다는 예루살렘 성안에 위치했고, 벳새다는 갈릴리 호수 북동쪽에 위치했고, 벳바게와 베다니는 여리고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올 때 감람산의 동쪽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리적인 의미나 신앙적인 교훈에 대해서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지명이 갖고 있는 뜻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네 지역 모두 베 혹은 벳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히브리어 베이트 혹은 바이트로서 집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베데스다는 베이트와 헤세드의 줄임말로 자비의 집이란 뜻이며 벳새다는 베이트와 짜이다의 줄임말로 고기잡의 집이란 뜻이며 벳바게는 베이트와 파게의 줄임말로 설익은 무화과의 집이란 뜻이며 베다니는 베이트와 아니의 줄임말로 가난한 자의 집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에서도 이와 같은 지명을 찾을 수 있지요. 벧엘 즉 하나님의 집, 벳산 즉 조용하고 한적한 집, 벧세메스 즉 태양의 집 등 베 혹은 벧, 벳은 지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베 혹은 벧은 예루살렘 성전이 건축된 이후 하나님의 집을 가리키는 상징어가 되었습니다. 매우 신앙적인 지명이 된 것이죠.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았던 지명 중에 집의 뜻을 가진 히브리어 베 혹은 벧이 즐겨 사용된 이후 바로 성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6) 여리고
여리고 이야기는 여호수아의 군대가 가나안 땅 점령에서 가장 먼저 점령했던 도시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구약성경에서 여리고는 그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수많은 사건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신약성경에서는 특히 누가복음 19장의 삭개오 이야기 때문에 여리고 이야기는 보다 흥미진진한 주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리고의 헬라어 혹은 히브리어의 뜻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헬라어와 히브리어의 여리고 이름은 그 발음상에서도 거의 비슷합니다. 물론 헬라어의 여리고가 히브리어 지명을 그대로 음역했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어 여리고는 밤하늘의 달을 나타내는 야레아흐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여리고의 지명이 어째서 달이란 말에서 만들어졌을까요? 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오기 전 여리고는 가나안 신이자 메소포타미아의 신인 ‘월신’을 섬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이는 여리고의 밤하늘 달이 워낙 대낮같이 밝은 탓에 여리고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리고와 아주 가까운 곳에 쿰란이란 곳이 있습니다. 쿰란은 1947년에 성경사본이 발견된 장소로 유명한 곳이죠. 쿰란이란 지명 역시 달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쌍달’이라는 아랍어인데 하늘에 떠있는 밝은 달이 사해에 비쳐지면서 쌍달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쿰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