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Hosanna)에 감춰진 제국의 언어

2025.02.12

'제국의 언어'는 BC 6세기 중반 고레스의 페르시아 제국부터 시작된 '아람어'와 BC 4세기 후반 알렉산더의 헬라제국 시대부터 시작된 '코이네 그리스어'를 말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북서쪽 페니키아 지역에서 시작된 아람어는 바빌로니아 제국 부터 페르시아 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 전역에서 사용된 대중언어였다. 반면에 '공통의 그리스어' 혹은 '대중의 그리스어'의 뜻을 가진 코이네 그리스어는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본토를 통일한 이후에 페르시아 제국의 땅마저 점령하자 자신의 제국이 사용할 공용어로서 '고전 그리스어'(Classic Greek)을 표준화시킨 언어였다.

그런데 '호산나'와 제국의 언어는 무슨 관련이 있는가? 신약성경 복음서에서 고유명사로 쓰인 '호산나'(Ὡσαννὰ)의 이름이 아람어와 코이네 그리스어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나의 생각때문이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께! 찬양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이! 호산나, 더없이 높은 곳에서!"(마 21:9), "호산나! 찬양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이! 찬양받기를, 오는 나라,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가! 호산나, 더없이 높은 곳에서!"(막 11:9-10), "호산나, 찬양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이! 곧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요 12:13)

복음서에 등장한 '호산나'(Ὡσαννὰ)는 '부디, 구원하소서'의 뜻을 가진 히브리어 문장 '‎הוֹשִׁיעָה נָּא'(호쉬아 나, 시 118:25)를 음역한(transliterated) '코이네 그리스어'이다. 요즘 언어학자들의 논리를 빌리자면, 복음서의 저자가 문학적 장치 중 하나인 '언어유희'(word-play)를 이용하여 '호쉬아-나'(‎הוֹשִׁיעָה נָּא)의 히브리어를 '호산-나'(Ὡσαννὰ)의 그리스어로 음역한 셈이다.구약성경에서도 오직 시편 118편에서만 쓰인 '호쉬아 나'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사용되던 찬양시의 언어로서, 유대인들이 유월절을 비롯한 절기때마다 불렀다. 하지만 복음서의 '호산나'는 종말의 시대에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리던 유대인들의 외침이었다. 즉, '메시아를 향한 찬양'의 외침이었다.

그렇다면 '호산나'의 이름 속에 아람어와 코이네 그리스어 곧 제국의 언어가 남긴 흔적은 무엇인가? 이것은 복음서에 쓰인 '호산나'의 '나'(νὰ)와 시편에 쓰인 '호쉬아 나'의 '나'(נָּא)의 연관성에 관한 질문이다. 정중한 명령이나 호소, 간절한 부탁과 요청 및 권유의 의미를 가진 '나'(נָּא)는 성경 히브리어와 아람어에서 동사와 함께 쓰인 부사적 표현이지만 실제로 성경 히브리어나 아람어보다 훨씬 오래된 고대 근동언어의 문법적인 요소였다. 그런데 그리스어에도 '나'(נָּא)와 동일한 역할와 의미를 가진 '나'(νὰ)가 있다. 그리스어 '나'(νὰ)는 그리스 본토가 아닌 이스라엘을 비롯한 제국의 다른 영토에서만 쓰여졌다. 어떤 학자는 코이네 그리스어 접속사 'ἵνα'가 헬라 제국의 정복 지역였던 페르시아 제국의 영향 때문에 'νὰ'로 축약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해보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공용어였던 아람어 '나'(נָּא)의 영향으로 그리스어에 '나'(νὰ)가 등장했다는 추측이다. 하지만 그리스어 '나'(νὰ)는 심지어 오늘의 현대 그리스어에서도 정중한 명령이나 호소, 간절한 부탁이나 권유의 의미를 위해 단순명령형과 함께 쓰이고 있다.

그렇다. BC 6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페르시아와 그리스 사이의 패권 전쟁은 사회, 문화, 정치, 종교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으며, 패권 전쟁에서 최종 승리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펼친 헬레니즘의 영향 때문에 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뒤섞여 살았다. 심지어 유프라테스 하부 지역의 바벨론에서 살았던 유대인들을 에게해 주변 도시로 강제 이주시킨 사실에서 당시 제국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히브리어와 아람어을 알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을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사람들은 이제 자신들의 모국어와 그리스어를 뒤섞어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우리네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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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려운 이야기를 써본 것 같다. 부디 양해해주소서^^

*페르시아 제국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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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대왕의 페르시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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