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206 - 사순절에 듣는 신약성경(17)
2021.03.13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보는 성경 30강
오프닝 : 안녕하세요. 에스라성경학교 김진산입니다. 저와 함께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보는 성경’이라는 주제로 신약성경 본문의 원어적 의미들을 차례대로 살펴보고 있는데요. 오늘 함께 공부할 내용은 신약성경에서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남아있는 지명과 지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 중심지였던 가버나움의 뜻은 무엇인지, 사마리아는 정말 버림받은 땅일까요? 그 지명에서 의미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광야의 헬라어 에레모스가 어째서 갈릴리의 빈들로 번역되었는지, 데가볼리 지방의 의미가 무엇인지, 가룟 유다의 가룟은 무슨 의미의 지명인지, 겟세마네는 동산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성경학자들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풀기 어려운 성경구절들을 찾아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1) 가버나움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은 가버나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갈릴리 사역의 대부분을 가버나움에서 보내셨습니다. 복음서 중 가장 먼저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마가복음 1장 21절 “그들이 가버나움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곧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시매”에서 밝히고 있듯이 예수님은 갈릴리 사역을 시작하시면서 갈릴리 해변의 유대인 도시들 중 가장 큰 마을로 알려진 가버나움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가버나움은 신약성경에만 나타납니다. 하지만 가버나움의 지명은 헬라어가 아닌 히브리어 이름이지요. 가버나움의 히브리어의 정확한 지명이 크파르나훔인데 크파르와 나훔의 합친 이름입니다. ‘크파르’는 ‘마을’이라는 뜻이고 ‘나훔’은 ‘위로받다’라는 뜻인데 합하여 위로의 마을이란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사역을 시작하면서 갈릴리 유대인들과 언제나 함께 하셨고 그들의 영적이고 육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셨습니다. 그렇다보니 갈릴리 유대인들이 예수님이 머물고 계시는 가버나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의 치유로 갈릴리 유대인들은 회복되기 시작했고 또한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태복음 9장 1절에서 저자는 가버나움을 본 고장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수께서 배에 오르사 건너가 본 동네에 이르시니”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본 고장의 뜻이 무엇일까요? 헬라어 원어에 따르면 ‘그 자신의 마을’이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번역입니다. 예수님 자신의 마을이 과연 어디일까요? 마태복음 9장의 배경으로 볼 때 갈릴리 산지의 마을인 나사렛은 아닙니다. 더욱이 유다지방의 베들레헴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갈릴리 해변의 가버나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이스라엘을 방문해 가버나움을 찾아가면 유적지 입구에 ‘가버나움, 예수의 마을’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2) 사마리아
누가복음 10장에서 기록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교회를 넘어 세상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기득권의 중심세력이었던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지나쳐버린 강도만난 사람을 사마리아인이 도와주었다는 예수님의 비유는 사마리아인에게 집중된 말씀이었습니다. 구약성경 시대와 신구약 중간시대에 등장하는 사마리아와 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유대사회의 중심에서 벗어난 소외계층에 관한 이야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약성경 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유대인 특히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이 기피했던 사마리아인에 관한 예수님의 언급은 매우 파격적이었습니다. 예수님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도 시대에서 사마리아는 복음의 중심지로 거듭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마리아라는 이름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성경에서 알려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마리아의 이름 속에도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실제로 구약성경에서 사마리아의 등장은 부정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습니다. 열왕기상 13장 32절 “그가 여호와의 말씀으로 벧엘에 있는 제단을 향하고 또 사마리아 성읍들에 있는 모든 산당을 향하여 외쳐 말한 것이 반드시 이룰 것임이니라”에서 사마리아 성읍들에 있는 산당은 여로보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여로보암의 사마리아 성읍들은 여로보암 시대 이후 줄곧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마리아의 지명이 갖고 있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사마리아의 히브리어는 쇼므론이라고 합니다. 쇼므론은 ‘지키다, 보존하다’의 뜻을 갖고 있는데 지리적인 이유 때문인지, 신앙적인 이유 때문인지 그 이름 자체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냅니다. 쇼므론과 동일한 히브리어 쇼므로니는 보수적인, 전통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나 동네를 가리키는 이름이지요. 그렇다면 사마리아는 역사적으로 혹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지 그 자체로는 매우 긍정적인 마을이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면 아무런 쓸모없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는 어떤 것도 쓸모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지역에 있었든지 어떤 삶을 살았든지 하나님께 유용하다면 그것 자체로 이미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