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203 - 사순절에 듣는 신약성경(14)
2021.03.08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이해하는 성경 29강
오프닝: 샬롬, 안녕하세요. 에스라성경학교 김진산입니다. 저와 함께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보는 성경’이라는 주제로 신약성경 본문의 원어적 의미들을 차례대로 살펴보고 있는데요. 오늘 함께 공부할 내용은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에서 짐의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님의 은혜의 경륜에서 경륜이 무엇인지, 에베소서에서 목사와 교사라는 말이 나오는데 목사와 교사의 원어적 의미가 무엇인지, 히브리서 12장 6절에서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에서 징계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히브리서에 나타난 멜기세덱의 반차가 무엇인지 등 성경학자들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풀기 어려운 성경구절들을 찾아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1) 짐
갈라디아서 6장 2절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그리고 6장 5절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에서 우리는 ‘짐’이라는 단어를 각 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절의 짐과 5절의 짐의 헬라어 원어가 서로 다릅니다. 2절의 짐에 해당하는 헬라어 원어는 바로스인데 이것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뜻하고 있고 또한 ‘수고’ ‘중한 것’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5절의 짐을 가리키는 헬라어 원어는 포르티온인데 이것은 군인들이 행군할 때 각자가 져야 할 짐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5절의 짐 즉 포르티온이 의미하는 것은 성령을 쫓아 사는 성도 각자가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성실히 담당하라는 말입니다.
2) 경륜
에베소서 3장 2절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하나님의 그 은혜의 경륜을 너희가 들었을 터이라” 9절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추어졌던 비밀의 경륜이 어떠한 것을 드러내게 하려 하심이라”에서 우리는 매우 생소한 단어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륜’이란 말입니다. 경륜의 헬라어는 오이코노미아인데 원래는 관리, 경영, 행정 등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 말입니다. 이 단어는 신약성경에서 19차례 나오는데 그 의미가 ‘가계의 일을 관리하고 꾸려나가는 것’인데 인간이 특별히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는가에 대하여 ‘시험받는 기간’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관리, 경영, 행정의 오이코노미아를 하는 사람을 가리켜 헬라어로 오이코노모스라고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오이코노모스의 우리말 표현이 바로 ‘청지기’이라는 사실입니다. 누가복음 16장 1절 “또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낭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즉 청지기가 곧 오이코노모스이며 오이코노모스가 행하는 일이 경륜인데 오이코노미아라고 부릅니다. 경륜이 무엇인가에 대한 주요한 성경구절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9장 17절 “내가 내 자의로 이것을 행하면 상을 얻으려니와 내가 자의로 아니한다 할지라도 나는 사명을 받았노라”에서 사명의 헬라어가 바로 오이코노미아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사용되는 경륜은 청지기 직분, 다른 사람의 재산에 대한 감시, 혹은 경영을 가리키기도 하고 또한 경륜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사명이기도 합니다.
3) 목사와 교사
에베소서 4장 11절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에서 목사와 교사의 헬라어 원문을 찾아보면 ‘목사이면서 교사’로 번역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목사와 교사가 각각 다른 직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목사의 역할과 교사의 역할 모두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목사의 헬라어 포이멘은 목자라는 뜻으로 목자장 되시는 예수님의 양무리를 맡아 영적 양식으로 먹이고 외부로부터 오는 위험에서 보호하는 직분을 맡은 자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교사의 헬라어 디다스칼로스인데 가르치다의 뜻으로 디다스코에서 유래되었지요. 그렇다면 디다스칼로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설명하는 사람이란 뜻이 됩니다. 목사이면서 교사라는 관점에서 포이멘 즉 목사는 직분의 관점에서, 디다스칼로스 즉 교사는 목사가 가르치는 일을 하는 측면에서 반복하여 기록한 것으로 봅니다. 일반적으로 목사와 교사는 각각의 직분과 역할을 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목사이면서 교사라고 말하는 이유는 헬라어 원문에서 목사와 교사 앞에 사용된 관사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목사와 교사 앞에 관사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한 직분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