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197 - 사순절에 듣는 신약성경(8)

2021.03.01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듣는 성경 27강

오프닝: 샬롬, 안녕하세요. 에스라성경학교 김진산입니다. 저와 함께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보는 성경’이라는 주제로 신약성경 본문의 원어적 의미들을 차례대로 살펴보고 있는데요. 지난 시간에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에서 렙돈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베데스다 연못의 베데스다는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지, 예수님의 말씀에서 진실로 진실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갈릴리 바다는 여러 이름들을 갖고 있는데 각각의 의미는 무엇인지, 실로암과 수전절은 왜 신약성경에만 나타나는 이름들인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예수님을 메시야로 고백했던 사람들이 출교를 당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 등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어로 성경을 읽을 때 어떻게 말씀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함께 공부할 내용은 사도행전 1장 12절 예수님께서 감람산 위에서 승천하신 후 이를 지켜보았던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을 때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길’이라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사도행전 2장 성령강림사건에서 3절의 혀, 4절의 언어의 헬라어가 같다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바나바가 헬라식 이름이 아니라 아람식 이름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지, 사도행전 9장에 등장하는 직가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12장 25절에서 부조하는 일과 집사의 헬라어가 같다고 하는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성경학자들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풀기 어려운 성경구절들을 찾아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1)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길’
사도행전 1장 12절 “제자들이 감람원이라 하는 산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돌아오니 이 산은 예루살렘에서 가까워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감람산은 예루살렘 안에 위치한 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문은 예루살렘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곳으로 나타납니다. 실제로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은 ‘예루살렘 성’만을 가리켰으며 감람산은 예루살렘 성 동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 성과 감람산 사이에 기드론 골짜기가 있었지요. 그런데 감람산 정상에서 예루살렘 성까지의 거리를 두고 특별한 이름이 등장합니다. 바로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길’입니다. 헬라어 원문을 직역하면 ‘그곳은 예루살렘과 가깝다. 그것은 안식일을 위한 길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대인의 경전인 미쉬나라는 책의 소타편 5장 3절에 따라면 랍비들은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어기지 않고 다닐 수 있는 허락된 거리가 2천 규빗’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규빗의 단위는 45센티미터, 47센티미터라고 알려져 있지만 성경사전에 의하면 50센티미터로 규정하고 있는데 2천 규빗의 거리는 거의 천 미터의 거리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2천 규빗이라고 규정했을까요? 이것은 구약성경 여호수아 3장에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요단에 이르러 건너갈 때 레위사람 제사장들이 여호와의 언약궤를 메고 맨 먼저 건너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언약궤를 뒤따라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을 건너가도록 여호수아는 명령했습니다. 그 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호수아 3장 4절 “그러나 너희와 그 사이 거리가 이천 규빗 쯤 되게 하고 그것에 가까이 하지는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행할 길을 알리니 너희가 이전에 이 길을 지나보지 못하였음이니라 하니라.” 여기서 우리는 이천 규빗의 비밀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오늘날에도 이 규정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루살렘 시내를 다니다보면 자그마한 빨간 리본이 달린 철사 줄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성전의 터가 남아있는 통곡의 벽에서 사방 천 미터를 알리는 표시가 바로 빨간 리본입니다. 특히 정통파 유대인들은 안식일이 시작되면 빨간 리본을 넘지 않고 다니는 것을 지켜볼 수 있지요. 그리고 안식일에는 주로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데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거리 즉 통곡의 벽에서 천 미터를 넘지 않는 곳에 모여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 불의 혀, 다른 언어들, 우리의 각 언어
사도행전 2장은 성령강림사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순절 날 믿는 사람들이 함께 한 곳에 모여 기도할 때에 성령이 임하는 체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성령체험을 ‘바람같은 소리’ 그리고 ‘불의 혀’로 표현했는데 불의 혀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합니다. 또한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했다는 사건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은 4절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에 있습니다. 혀와 언어의 헬라어가 동일합니다. 그것들의 헬라어 원어가 ‘글로사’인데 어휘해설, 용어사전의 의미를 가진 영어 ‘글로서리 glossary'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글로사는 어휘해설이나 용어사전의 글로서리가 아니라 언어나 말을 가리키는 헬라어입니다. 불의 혀가 곧 언어라고 한다면 성령강림 사건이 일어났던 순간 각자의 언어로 기도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마치 불의 혀가 각 사람에게 임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