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192 - 사순절에 듣는 신약성경(3)
2021.02.20

3) 지붕을 뚫고(막 2:4)
예수님께서 갈릴리 사역의 중심이었던 가버나움에 머무실 때 일어난 사건 하나가 있습니다. 가버나움의 한 집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계시는 동안 일단의 무리가 한 중풍병자를 메고 와서 예수님을 만나고 했지만 이미 집 안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께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 무리는 중풍병자를 데리고 지붕으로 올라갔고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가 누운 상을 달아 내렸습니다. 이 때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마가복음 2장 5절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이 때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가 누운 상을 달아 내렸다’고 하는데 헬라어 원문에는 ‘구멍을 내고’라는 말이 없습니다. 대신에 ‘파내다’의 헬라어인 ‘엑소루소’가 사용되었습니다.
갈라디아서 4장 15절 “너희의 복이 지금 어디 있느냐 내가 너희에게 증언하노니 너희가 할 수만 있었더라면 너희의 눈이라도 빼어 나에게 주었으리라”에서 너희의 눈이라도 빼어 즉 빼다의 헬라어 원어가 ‘엑소루소’입니다. 파내다와 빼다의 엑소루스가 마가복음 2장에서 왜 ‘구멍을 내고’로 번역해야만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이스라엘 가옥구조를 이해하면 구멍을 내고의 번역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옛날 가옥의 지붕은 종려나무 가지와 잎을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종려나무의 가지를 잘라 지붕의 지지대를 만들었고 잎을 이용하여 강한 햇볕과 비와 바람을 피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잎 위에다 석회를 사용하여 오늘날의 시멘트 작업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장 4절에서 ‘지붕을 뜯다’의 표현은 적절하지만 구멍을 내고는 어설픈 번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이스라엘 집의 지붕은 구멍을 낼만한 가옥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멍을 내고’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가옥구조는 특성상 구멍을 내는 것이 맞지만 이스라엘의 가옥구조는 지붕을 덮고 있는 석회를 뜯어내고 종려나무의 잎과 나무를 걷어내면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마가복음 2장 4절은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보다는 ‘지붕을 뜯어 떼어내면’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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