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188 [예언자들의 언어 - 예레미야]
2021.02.09

헛된 것을 따라 헛되이 행하였느냐
렘 2:1-8
예레미야 1장이 예언자로의 부르심과 사역의 의미를 담았다면 2장부터는 유다와 예루살렘을 향한 예언적 선포(prophetic oracle) 곧 심판선언이 시작된다. 예언자적 선포는 예언자 개인의 정치적 판단이나 종교적 이해에 근거하지 않고 오직 “여호와의 말씀”(렘 2:1 드바르-야훼/דְבַר־יְהוָה)에서 주어졌다. 특별히 예레미야를 통하여 선포되는 여호와의 말씀은 유다 백성의 죄악과 불의에 대한 폭로였으며 결국에는 유다의 멸망을 심판하는 메시지였다. 예레미야는 여호와의 명령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가서 외치라’(렘 2:2)는 여호와의 말씀을 수행하는 예레미야가 유다 백성을 향하여 ‘들으라’(4절)고 외치기 시작했다.
1) 가서 외쳐라
예레미야 2:2 “가서 예루살렘의 귀에 외칠지니라”의 히브리어 표현(할로크 베카라타 베오즈네이 예루샬라임 הָלֹךְ וְקָֽרָאתָ בְאָזְנֵי יְרוּשָׁלִַם)은 목적어, 즉 “여호와의 말씀”(렘 2:1 드바르-야훼/דְבַר־יְהוָה)을 생략하고 있다. 이것은 여호와의 말씀을 들어야 할 대상을 부각시키려는 저자의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그 대상을 ‘예루살렘의 귀’에 한정했다. 예레미야가 전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은 예루살렘과 유다 백성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메시지였다. 여기서 ‘외치다’의 ‘카라’(קָרָא) 동사와 ‘-귀에’의 전치사구(בְאָזְנֵי)의 결합은 주로 명령어로 사용되며 촉구 혹은 선포의 의미를 강조하는 히브리어 구문이다. 하지만 다른 예언자들의 소명 이야기와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 있는데 예레미야에게만 적용된 히브리어 동사이다. 그것은 ‘카라’(קָרָא) 동사와 나란히 사용된 ‘가라’의 히브리어 ‘할로크’(הָלֹךְ)이다. ‘할로크’는 ‘가다’의 뜻을 가진 히브리어 ‘할라크’(הָלַךְ) 동사의 명령어이다. ‘할라크’와 ‘카라’ 동사의 결합은 여호와의 다급한 명령수행을 위해 신속히 행동해야 하는 예언자의 사역을 강조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가서 외쳐라’의 예언자적 사역은 이어지는 예언자의 선포 양식에서 더욱 강조된다. ‘코 아마르 야훼’(כֹּה אָמַר יְהוָה)는 예언자 선포 양식(the prophetical messenger formula)의 전형(typical form)이다. 몇몇 예언자들을 제외하고 이스라엘 역사에 등장했던 예언자들 대부분은 왕권과 종교적 권력층에서 벗어나 있었거나 심지어 그들과 대립관계를 형성하며 여호와의 심판을 예언했다. 이처럼 정치적 종교적 권력층의 핍박과 위협이 엄중한 상황에서도 예언자들이 심판선언을 거침없이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여호와께서 이르시기를’ 혹은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등 예언자 선포 양식 때문이었다. ‘여호와의 말씀’(דְבַר־יְהוָה)의 임재는 여호와께서 지배 계층세력들이 여호와의 뜻을 저버릴 뿐만 아니라 이방의 침략세력과 결탁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억압하거나 침탈하는 상황에 예언자들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개입하신 사건이다. 즉 ‘코 아마르 야훼’(כֹּה אָמַר יְהוָה)는 예언자 개인의 의지가 아닌 여호와의 직접적인 개입을 상징하는 히브리어의 관용적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