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353 - 성경 뒷 이야기(72)

2022.01.13

예루살렘 이야기(6) - 유다의 멸망 원인 B

파괴의 흔적
예루살렘을 파괴한 바벨론의 잔혹한 전쟁의 흔적 속에서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것은 “아히엘의 집”이라 불리는 가옥이다. 다윗성에서 발견된 이 집은 고대 이스라엘의 가장 전형적인 가옥 구조라 생각되고 있는 4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옥에서 발견된 토기 조각에 “아히엘”이라는 이름이 씌어 있어 “아히엘의 집”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주로 주전 8-6세기 유다의 멸망 전까지 사용된 집으로 보인다. 이 집은 우선 기초를 돌로 쌓고 벽은 진흙벽돌을 쌓아 짓는 일반적인 이스라엘의 집과는 달리 값비싼 재료로 통했던 돌만을 사용하여 지었고 다윗 성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상류층이 거주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층은 가운데 공간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기둥을 세워 집 입구에서 보면 세로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이 세로로 나뉘어진 공간 뒤쪽에는 가로로 방 하나가 더 있어 일층이 4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하여 보통 4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집(Four-room house)라 불린다. 일층의 가운데 공간은 화로를 두어 부엌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양쪽 공간은 가축을 두는 우리로 사용했다. 뒤쪽의 가로 공간은 항아리들을 두어 저장 공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히엘의 집은 바깥벽에 붙여 돌을 쌓아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이층으로 이루어진 집이었음을 볼 수 있다. 이층은 사람이 거주했던 공간으로 우리말 성경에 다락으로 번역되어 왔다. 더불어 아히엘의 집에서는 현대의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돌로 만든 변기가 발견된 바 있어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아히엘의 집 맞은 편은 “불 탄 방(burnt room)”이라 불리는 방이 발견되었다. 바벨론의 파괴로 완전히 불타버린 방은 한 때 서기관이 사용하던 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케하는 유물이 발견되었다. 이 방에서는 51개의 불라(bulla/ 복수 bullae)가 발견되었다. 불라는 인장이 찍힌 상태로 굳은 원형의 점토덩어리로 손가락 마디 정도의 크기이다. 고대 중동 지역은 파피루스나 양피지 같은 부드러운 재질을 이용하여 문서를 기록하였다. 문서를 쓰고 다른 곳으로 보낼 때 돌돌 만 후 끈을 묶은 후 문서를 보낸 이가 누군인가를 알리기 위해 점토를 동그랗게 말아 매듭 위에 올리고 문서 주인의 인장을 찍었다. 대부분의 불라는 점토를 자연상태에서 말린 것이기 때문에 이미 고대에 문서를 풀면서 쉽게 부서져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방은 주전 586년 바벨론의 화재를 동반한 파괴로 불이 지펴졌고 덕분에 불라들은 마치 토기처럼 불로 구워져 보존 될 수 있었다. 발견된 숫자만으로도 이 방이 불라를 모아놓은 방이었으리라는 것은 이미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발견된 불라 중 예레미야 36:10에 등장하는 서기관 사반의 아들 그마랴의 인장이 있어 서기관이 불라를 모아 놓은 방이 아니겠는가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다윗성에서 발견된 '아히엘의 집'


*아히엘의 집이 발견된 다윗성 발굴 Area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