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177 [예언자들의 언어 - 이사야]

2021.01.20

Great Are the Words of Isaiah | HubPages

오직 너를 헵시바라 하며 네 땅을 쁄라라 하리니(2)
사 62:4

너를 헵시바라 하며
‘헵시바’(헤프찌-바흐 ‎חֶפְצִי־בָהּ)는 ‘버림 받은 자’(아주바 ‎עֲזוּבָה)의 새 이름이다. ‘버림을 받았다’는 히브리어 ‘아주바’는 바벨론 포로 상황에서 이미 등장했었다(사 54:6). 바벨론 포로민들과 함께 살며 활동했던 제2이사야의 ‘아주바’는 시온으로 귀환한 이스라엘 민족에게도 사용되었다. 실제로 ‘아주바’의 언어는 시온의 귀환자들을 위해 활동했던 제3이사야를 제2이사야와 동일한 예언자로 보는데 근거가 되기도 했다. 제3이사야는 “전에는 네가 버림을 당하며 미움을 당하였으므로”(사 60:15), 그리고 “다시는 너를 버림받은 자라 부르지 아니하면”(사 62:4)에서 ‘버림을 받았던’ 바벨론 상황을 상기시켰다.

바벨론 포로에서 시온의 땅으로 돌아온 이스라엘의 현재적 상황은 더 이상 ‘버림을 당하거나 혹은 ‘미움을 당하는’ 민족이 아니라 “영원한 아름다움과 대대의 기쁨이 된”(사 60:15) 새 이름, 즉 헵시바의 민족이 되었다. 예언자는 헵시바의 의미를 본문에서 반복하고 있다. “여호와께서 너를 기뻐하실 것이며”(사 62:4, ‎כִּי־חָפֵץ יְהוָה בָּךְ)에서 ‘하페쯔’(חָפֵץ)가 곧 ‘기뻐하다’의 의미를 보여준다. 어법에 따르면 우리말 번역은 엉성하다. ‘여호와께서 너로 인하여 기뻐하실 것이다’ 혹은 ‘여호와께서 너로 인하여 하셨다’가 바른 번역이다. 다시 말하면 귀환자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새 이름, 즉 헵시바이며 그들은 더 이상 바벨론 포로의 버림을 받는 백성이 더 이상 아니다는 선포이다.


네 땅을 쁄라라 하리니
“쁄라”(베울라 ‎בְּעוּלָה)는 ‘황무지’(쉐마마 ‎שְׁמָמָה)의 새 이름이다. 이번에는 ‘땅’에 대한 새 이름을 가리킨다. 이집트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자손들은 여호와께서 이미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땅을 가나안 민족으로부터 되찾았던 그 땅의 이름은 ‘에레쯔’(אֶרֶץ)였다. 약속의 땅, 에레쯔가 바벨론 제국에 의해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여호와께서는 귀환자들을 위하여 ‘황무지’의 땅(אֶרֶץ)을 ‘베울라’의 새 이름을 가진 땅으로 변화시키셨다. 그런데 예언자는 바벨론 포로 이전에 사용되었던 약속의 땅, 즉 ‘에레쯔’의 이름에 생소한 이름인 ‘베울라’를 덧붙였다. 히브리어 ‘베울라’는 ‘결혼하다’ 혹은 ‘통치하다’의 뜻을 가진 동사 ‘바알’(בָּעַל)의 수동태(passive)이다. 즉 ‘베울라’는 ‘이미 결혼한’ 혹은 ‘(누구로부터) 통치를 받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이처럼 약속의 땅 ‘에레쯔’가 이스라엘 민족의 죄악으로 ‘쉐마마’의 땅으로 변질되었으며 여호와의 신실하신 언약에 따라 ‘쉐마마’를 여호와께서 직접 통치하시는 땅, 즉 ‘베울라’의 새 이름을 부여하셨다.

예레미야는 ‘바알’의 이름을 결혼의 관계로 사용했다. “나는 너희 남편이라…너희를 시온으로 데려오겠고”(렘 3:14)에서 ‘나는 너희 남편이다’는 ‘나는 너희와 결혼했다’(아노키 바알티 바켐‎ אָנֹכִי בָּעַלְתִּי בָכֶם)로 번역되어야 한다. 여기서 예레미야는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을 결혼한 관계로 비유했으며 남편이신 여호와께서 아내인 이스라엘을 다시 시온의 땅으로 데려오겠다고는 약속의 언어로 ‘바알’을 사용했다. 이처럼 바벨론 포로 상황을 경험한 예언자들은 황무지로 변한 약속의 땅을 여호와께서 다시 이스라엘 민족에게 돌려주실 것이라고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