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176 [예언자들의 언어 - 이사야]
2021.01.16

오직 너를 헵시바라 하며 네 땅을 쁄라라 하리니(1)
사 62:4
이사야 60장부터 제3이사야는 포로 귀환자들을 위해 여호와의 언약을 연속하여 선포했다. 여기서 예언자는 시온과 예루살렘에 대한 “새 이름”(사 62:2)을 부여한다. 바벨론 포로 이후 유다 백성은 “버림 받은 자”(사 62:4)가 되었고, 시온과 예루살렘은 “황무지”(사 62:4)라 일컬었다. 이제 여호와의 언약이 따라 시온으로 돌아온 귀환자들은 새 이름의 정체성과 땅이 필요했다. “버림 받은 자”의 새 이름은 “헵시바”이며, “황무지”의 새 이름은 “쁄라”이다(사 62:4). 새 이름의 부여는 예언자적 소명 패턴(a prophetic calling pattern)에 사용되는 ‘카라’(קָרָא) 동사로 확인된다.
새 이름으로 일컬음이 될 것이다
‘새 이름’의 언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말은 형용사 ‘새로운’의 히브리어 ‘하다쉬’(חָדָשׁ)이다. 구약성경에서 하다쉬는 전환적인 사건이나 시간을 나타내는데 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출애굽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 즉 “요셉이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 애굽을 다스리더니”(출 1:8)의 ‘새 왕’(멜레크 하다쉬 מֶלֶךְ־חָדָשׁ)에서 ‘하다쉬’가 등장한다. 당시 이집트의 통치자는 ‘왕’(멜레크 )가 아니라 ‘바로’(파르오 )라는 사실에서 ‘새 왕’은 새로운 왕조의 새로운 통치자의 등장을 상징한다. 그리고 하다쉬는 여호와의 구속사에서도 전환적인 의미로 종종 등장한다. “내가 이스라엘 집과 유다 집에 새 언약을 맺으리라”(렘 31:31)에서 ‘새 언약’(베리트 하다샤בְּרִית חֲדָשָׁה)은 바벨론 포로사건이 곧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려는 여호와의 언약적 사건을 가리키고 있다.
게다가 예레미야는 바벨론 포로의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언약적 실현을 이루시려는 여호와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새 언약’(렘 31:31)의 ‘하다쉬’는 여기서도 사용되었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 3:23, חֲדָשִׁים לַבְּקָרִים רַבָּה אֱמוּנָתֶךָ). 이처럼 ‘하다쉬’는 여호와의 구속사에서 전환적인 사건의 시간적 의미와 언약적 사건의 상징적 의미를 나타나는데 강조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어이다.
그렇다면 이사야 62:2의 ‘새 이름’(쉠 하다쉬 שֵׁם חָדָש)은 이스라엘이 여호와의 언약을 수행하기 위한 정체성의 새로운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새 이름’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상징하는 동사인 ‘카라’(코라 קֹרָא)와 함께 사용되면서 ‘새 언약’을 위한 하나님의 새로운 부르심을 드러낸다. 하나님은 당신의 언약을 실현하시기 위하여 당신의 사람을 부르실 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셨다. 아브라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창 17:5)에서 아브라함(אַבְרָהָם)은 아브람(אַבְרָם)의 새 이름이었다. 새 이름의 부여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여호와께서는 새 이름을 부여하신 이유를 이미 밝히셨다.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창 17:2)에서 볼 수 있듯이 새 이름의 부여는 언약의 실현을 위하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이처럼 이사야 62:2에서 제3이사야는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유대인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선포하면서 여호와의 새로운 언약을 실현하도록 촉구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