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168 [예언자들의 언어 - 이사야]

2021.01.04

Isaiah - Prophet, Timeline & Message - Biography

 

영원한 언약(1)
사 55:3

이사야서 본문을 묵상하면서 학자들의 두 가지 해석, 즉 통시적 해석과 공시적 해석을 살펴본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이사야 55장에 대한 통시적인 해석은 제2이사야(사 40-55장)의 마지막 부분으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에, 공시적인 해석은 제3이사야로 알려진 이사야 56-66장의 서론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통시적 해석에 따르면 이사야 55장은 바벨론 포로 시기의 고난, 희망, 그리고 구원의 선포를 예언한 제2이사야가 포로 생활의 끝자락(사 55장)에서 다윗과 맺은 “영원한 언약”을 다시 강조하며 또한 ‘시온으로 가는 길’에 대한 선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시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사야 55장은 포로 이후 펼치지는 새로운 시대가 다윗과의 “영원한 언약” 곧 “다윗에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사 55:3)를 통한 “새 언약”(렘 31:31)의 시대로 선포하고 있으며, 이사야 56-66장에 드러난 여호와의 언약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이사야 55장은 다윗 언약의 관계에서 바벨론 포로를 이해하고 있으며(사 40-54장), 바벨론 포로 이후의 새로운 언약도 다윗 언약의 연속성, 즉 “영원한 언약”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사 56-66장).


영원한 언약
‘영원한 언약’의 히브리어 “베리트 올람”(‎בְּרִית עוֹלָם)은 창세기의 홍수심판에서 처음 나타납니다. 창조 이후 사람들이 죄악으로 타락하자 하나님은 새로운 창조적 질서를 위하여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셨습니다. 홍수심판 이후 하나님은 에덴동산의 아담에게 맡기시며 하셨던 말씀, 즉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가득하여 그 중에서 번성하라”(창 9:7)는 명령을 노아와 그의 아들들에게 하셨습니다. 새로운 창조의 주인공이 된 노아와 그의 가족은 여호와와 언약을 맺었습니다.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이라 땅을 멸할 홍수가 다시 있지 아니하리라”(창 9:11). 여호와께서는 이 언약의 증거로 “무지개”(창 9:13)를 만드셨으며 그 언약을 가리켜 “영원한 언약”(창 9:16)이라고 부르셨습니다. 이제 하나님은 약속의 땅을 잃어버린 바벨론 포로민에게 다시 그 땅을 허락하시며 그들과 “영원한 언약”을 맺고 있습니다.

‘영원한 언약’은 노아와 그의 가족만이 아니라 모세와 함께 약속의 땅을 향해 광야를 지나던 이스라엘 민족과 맺은 언약이었습니다. 노아와 맺은 영원한 언약의 증거가 무지개였다면 모세의 이스라엘 자손과 맺은 영원한 언약의 증거는 ‘안식일’(출 31:16)이었습니다. 안식일은 “나와 너희 사이에 너희 대대로 표징이니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인줄 너희가 알게 함이라”(출 31:14)를 위한 ‘영원한 언약’이 되었습니다.

노아와 모세의 ‘영원한 언약’은 특별히 예언서에서 여러 차례 걸쳐 강조되었습니다(사 24:5, 55:3, 렘 32:40, 50:5, 겔 16:60, 37:26). 이사야 55장은 언약을 준수할 것을 명령하는 권고이지만 언약을 준수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이사야 56-66장에 나타날 것입니다.


다윗언약
‘영원한 언약’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곧 “다윗에게 허락한 확실한 은혜”(사 55:3)에서 밝혀집니다. 명령문과 수사적 질문을 중심으로 여호와의 언약을 촉구하는 이사야 55장은 ‘영원한 언약’을 노아 혹은 모세와의 언약이 아니라 다윗과의 언약, 소위 다윗/시온 전승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다윗과 맺은 시온 언약, 즉 다윗언약(삼하 7장, 시 89편, 110편, 132편)이 이제 이스라엘 백성 전체, 그리고 열방에게도 적용되는 새로운 언약이라는 사실을 ‘영원한 언약’이 강조합니다.

다윗언약의 기원은 사무엘하 7:16 “네 집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보전되고 네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 하셨다 하라”에서 찾을 수 잇습니다. 예루살렘 점령과 수도화(capitalization), 언약궤의 예루살렘 입성 이후 다윗은 예언자를 통하여 성전건축에 대한 소망을 가졌지만 여호와께서 예언자의 입을 빌려 거절하셨습니다. 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은 다윗과의 언약에서 다윗의 자손, 그리고 다윗 왕권과 언약을 맺으시면서 그 언약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드러내셨습니다. 이처럼 다윗언약의 지속성과 연속성은 이사야 55:3 “영원한 언약”에 전승되고 있습니다. 사무엘하 7:16의 “영원히”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아드-올람’(‎עַד־עוֹלָם)과 이사야 55:3의 “영원한”의 히브리어 ‘올람’(עוֹלָם)에서 ‘세상’의 뜻을 가진 ‘올람’이 ‘영원’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영원’과 ‘세상’의 ‘올람’은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시간과 공간적 의미’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상징적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