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186 [예언자들의 언어 - 예레미야]

2021.02.01

Who Was Jeremiah the Prophet? - Community in Mission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1)
렘 1:11-19

예언자로의 부르심을 들은 예레미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거절할 참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라 말할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렘 1:6)라는 예레미야의 변명은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철회되었다(렘 1:7). 예언자의 사명은 다윗왕조의 붕괴와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아나돗 제사장 출신의 예언자가 외치는 선포를 누가 들으려 하겠는가?’ 이것이 예언자의 진정한 속내였을 것이다. 이 순간에 하나님은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렘 1:8a) 그리고 ‘내가 너와 함께 하겠고 너를 구해 낼 것이다’(렘 1:8b)라고 하시며 예언자를 진정시키셨다. 그리고 예언자가 전해야 할 말을 알려주셨다. “보라 내가 내 말(데바라이 ‎דְבָרַי)을 네 입에 두었노라”(렘 1:9). ‘나의 말’ 곧 ‘데바라이’(‎דְבָרַי)에서 ‘말’의 히브리어 ‘다바르’(דָּבָר)는 하나님의 말씀인 동시에 하나님의 사건을 가리킨다. 하나님은 예레미야 자신의 일이 아니라 예언자를 통하여 실현하시는 하나님의 사건, 즉 구속사(the history of salvation)를 밝히셨다. 이제 하나님의 말씀이 예언자의 말이며 예언자가 전하는 말(렘 1:1)이 곧 하나님의 말씀(렘 1:2, 4, 11)이 되었다.

1) 살구나무 가지 환상
아무리 성경 히브리어 문법이 까다롭고 복잡하더라도 성경을 깊이 이해하려면 누구든지 문법공부를 피할 수 없다. 필자는 히브리어 문법에서 ‘동사문장’(verbal sentence) 이해를 중요시한다. 특히 현재의 긴급한 상황을 나타내는 현재분사의 동사형태를 강조한다. 여호와께서 예언자 예레미야에게 두 가지 환상을 보여주시면서 현재분사의 동사로 말씀하셨다.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렘 1:11, 13). ‘보느냐’의 히브리어 동사가 ‘보았다’(라아 רָאָה)의 현재분사 형태인 ‘로에’(‎רֹאֶה)이다. 예레미야는 “내가 살구나무 가지를 보나이다”(11절)로 화답하면서 동일한 ‘로에’(רֹאֶה)를 사용한다. 즉 ‘보느냐’라는 하나님의 질문에 ‘보나이다’로 예언자는 대답했다. 이것은 하나님의 적극적이고 강권적인 개입의지에 대한 예언자의 능동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강조한다.

하나님이 예레미야에게 첫 번째로 보여주신 것은 살구나무 가지이다. ‘살구나무’의 히브리어는 ‘샤케드’(‎שָׁקֵד)이며 ‘가지’의 히브리어는 ‘막대기’ 혹은 ‘지팡이’의 의미를 가진 ‘마켈’(‎מַקֵּל)이다. 그렇다면 ‘살구나무 가지’는 살구나무로 만든 지팡이일 것이다. “네가 무엇을 보느냐”(렘 1:11)라는 하나님의 질문에 예언자가 즉각적으로 대답하자 하나님은 살구나무를 보여주신 목적을 말씀하셨다. ‘네가 잘 보았도다 이는 내가 내 말을 지켜 그대로 이루려 함이라”(렘 1:12), 즉 하나님은 다윗왕조의 붕괴와 성전의 멸망에 개입하시겠다는 의지를 예레미야에게 밝히신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12절 ‘지키다’의 히브리어를 주목해야 한다. ‘지키다’의 히브리어 표현은 ‘살구나무’의 ‘샤케드’(‎שָׁקֵד)와 동일한 어근을 가진 ‘샤카드’(שָׁקַד) 동사의 현재분사 ‘쇼케드’(‎שֹׁקֵד)이다. ‘샤카드’는 ‘엿보다’(렘 5:6), ‘깨어있다’(렘 31:28), ‘간직하여 두시다’(단 9:14) 등 ‘지켜보다’(watch)의 뜻을 가진 동사로서 종종 명사적 의미를 가진 ‘살구나무’에 비유되었다.

그렇다면 ‘살구나무 가지’의 환상이 주는 의미는 10절에서 이미 밝히셨던 “네가 그것들을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였느니라”의 말씀을 반드시 이루고 성취하실 것이라는 하나님의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예언자로 부르신 이후에 예언자의 소명과 사역이 무엇인지를 밝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