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427 - 바울의 언어에서 듣는 구약성경(17)

2022.08.05

말통묵상 427 - 바울의 언어에서 듣는 구약성경(17)

온 이스라엘의 구원(1)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으리라 기록된 바 구원자가 시온에서 오사 야곱에게서 경건하지 않은 것을 돌이키시겠고 내가 그들의 죄를 없이 할 때에 그들에게 이루어질 내 언약이 이것이라 함과 같으니라"(롬 11:26-27)

바울이 마침내 '온 이스라엘의 구원'을 언급한다. 하지만 로마서 11:26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을 것이다"는 로마서 11:7 "이스라엘이 구하는 그것을 오직 얻지 못하고 오직 택하심을 입은 자가 얻었고 그 남은 자들은 우둔하여졌느니라"과 분명히 상반된 표현이다. 즉, '택하심을 입은 자 혹은 남은 자의 구원'(7절)에서 과연 바울은 '온 이스라엘의 구원'(26절)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일까?

리용의 이레니우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오리겐과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 등 고대 교회의 교부들은 '온 이스라엘'을 '복음을 받아들인 유대인들과 이방인들로 구성된 영적 이스라엘'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오늘의 시대에 요아킴 예레미아스는 '야곱'(롬 11:26)을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이 둘 다 포함되는 모든 약속의 백성에 대한 예표인 '온 이스라엘'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칼빈은 자신의 로마서 주석에서 '그 최종적인 상태에 있는 기독교 교회'(p. 437)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온 이스라엘'(‎כָּל־יִשְׂרָאֵל/콜-이스라엘)은 일반적으로 역사적, 민족적 이스라엘을 가리키는 구약성경의 대표적인 표현으로서 구약성경에 148번씩이나 등장한다. 주전 1세기와 주후 1세기 유대 사회에서도 '온 이스라엘'의 헬라어 표현 '파스 이스라엘'(πᾶς Ἰσραὴλ)은 저자의 동시대에 살고 있는 이스라엘의 세대들을 가리키는 공시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극소수의 몇몇 학자들은 로마서 11장의 맥락에서 '온 이스라엘'을 '선택받은 이스라엘' 혹은 '남은 자들'로 한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바울이 말하는 '온 이스라엘의 구원'(롬 11:26)은 무엇인가? 우선 바울은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으리라'에 대한 근거에 대하여 이사야 59:20-21a를 인용한다. 여기서 바울은 "구원자가 시온에서 오사 야곱에게서 경건하지 않은 것을 돌이키시겠고"(26절)라고 한다. 하지만 바울은 이사야 59:20 "구속자가 시온에 임하며"(וּבָ֤א לְצִיּוֹן֙ גּוֹאֵ֔ל)를 '구원자가 시온으로부터 올 것이다'(ἥξει ἐκ Σιὼν ὁ ῥυόμενος)로 바꾼다. 여기서 바울이 이사야 59:20을 인용하지만 바울 당시의 '시온'과 '구원'에 대한 유대적 사고는 시편 14:7 "이스라엘의 구원이 시온에서 나오기를 원하도다" 곧 '시온에서 구원자가 나올 것이다'에 더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이사야서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사야 60:21 "네 백성이 다 의롭게 되어 영원히 땅을 차지하리니..."에서 '온 이스라엘'을 암시하더라도 '온 이스라엘의 구원'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바울은 로마의 유대계 그리스도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온 이스라엘의 구원'을 말한 것일까? 

다음 시간에 마무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