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에서 읽는 성서시대 역사와 문화 31-그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자에게 주라

2022.08.05

“달란트 시장”은 한국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1년에 1~2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요 행사 중 하나이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지만 요절을 잘 외웠거나, 예배에 잘 참석했거나, 선생님의 질문에 잘 대답한 학생들에게 보통 부상으로 달란트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달란트를 잘 모아 두었다가 1년 혹은 6개월에 한 번 열린 “달란트 시장”에서 학용품이나 다양한 먹거리로 바꾼다. 이는 꽤 오래된 교회의 전통으로 필자의 국민학교 시절부터 초등학교라 불리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아이들에게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각 교회마다 판매품은 다르지만 아이들의 손에 들려 있는 달란트의 모양새는 유사하다. 원형의 동전 모양이거나 네모난 화폐 모양으로 1~10까지 숫자와 함께 달란트라고 프린트된 두꺼운 종이가 그것이다. 이러한 달란트 형태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란트를 신약 시대 동전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는 잘못된 인식으로 달란트는 동전 즉 화폐 단위가 아니라 무게 단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달란트의 양은 지난 회에 걸쳐 다루었던 세겔, 데나리온, 드라크마 등 그 어떤 동전 단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무게를 다루는 단위이다. 

 

‘달란트’는 주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무게 단위로 아카드어로는 가가루(kakkaru)로 히브리어로는 키카르(ככר)라 불렸다. 가가루의 어원은 원형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대 달란트는 둥근 모양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주전 250년경 히브리어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한 70인역 성경에서 ‘탈란톤’(τάλαντον)으로 번역하여 라틴어 탈렌툼(talentum)을 거쳐 영어의 탈렌트(talent)가 되었다. 한국어의 달란트는 영어의 탈렌트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탈렌트라는 단어는 연예인들을 부르는 단어로 사용이 되면서 재능을 가진 자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스의 1 달란트는 26kg으로 포도주를 주로 담았던 암포라 항아리 하나를 채우는 데 필요한 물의 질량을 의미했다. 로마의 1 달란트는 34.27kg, 이집트의 1 달란트는 27kg, 바벨론의 1 달란트는 30.3kg이었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과 다른 고대 중동 국가에서는 바벨론의 달란트를 사용했다. 신약시대는 로마의 달란트를 사용했는데 1 달란트는 9,138돈으로 2022년 7월 31일 기준 금시세에 의하면 25억에 해당한다. 

 

구약은 두로의 왕 히람이 동맹의 일환으로 솔로몬 왕에게 금 120 달란트를 보냈다거나, 순금 1 달란트를 필요로 하는 등잔대를 만드는 것과 같이 다양한 맥락에서 이 단위를 언급하고 있다. 신약에서 달란트는 예수의 달란트 비유로 유명하다. 마태복음 18:21~35은 만 달란트 빚진 자를 탕감 받은 종이 나가 자신에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료를 옥에 가두는 예화를 통해 용서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로마 시대 1 데나리온은 노동자의 하루 품삯으로 은 1 달란트의 경우 6,000 데나리(데나리온의 복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달란트와 데나리온의 가치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신약 시대 금 1 달란트는 은 1 달란트의 15배 가치였다. 마태복음 25:14~30에서는 어떤 사람이 타국으로 가면서 자신의 종들에게 재능대로 금 5 달란트, 2 달란트, 1 달란트 씩 주고 떠났다. 앞의 두 종은 장사를 하여 두 배로 이윤을 남긴데 반해 1 달란트 받은 종은 땅을 파고 돈을 묻어 둠으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해 게으른 종이라 비난을 받고 결국 그것마저 빼앗기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부자는 돈을 취리하는 자들에게나 맡겼다가 원금과 이자를 받게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자가 떠나 있던 시간이 얼마나 오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금 1 달란트가 현대의 25억에 해당하는 거금이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는 땅에 묻어 두는 것보다 빌려주어 이자라도 챙기는 것이 이성적인 일이었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요한계시록 16:21에서는 1 달란트가 넘는 우박이 사람들 위에 재앙의 상징으로 내리는데 그 양이 얼마나 많았을까 상상해 볼 수 있다. 

 

마태복음 25:14~30의 달란트의 비유와 유사한 내용이 누가복음 19:11~27에 등장하는데 어떤 주인이 종 10명에게 은화 열 므나를 주고 먼 길을 떠나자 각각 나가 장사를 하여 이윤을 남겼다. 그러나 한 종은 수건으로 싸 두고 아무 일도 하지 않자 주인은 오히려 이 돈을 은행에 맡겨 이자라도 찾아와야 했다고 꾸짖었다. 히브리어 마네는(מנה)는 ‘세다’, ‘계산하다’라는 뜻에서 유래한 단어로 고대 중동의 무게 단위를 말한다. 1 마네는 약 570g에 해당하는 무게로 솔로몬의 방패는 금 3 마네를 들여 만들어졌고(왕상 10:17)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을 재건축할 때 성전을 위해서 은 5,000 마네(스 2:69)를, 성벽을 위해서 족장은 은 2,200 마네, 나머지 백성은 은 2,000 마네를 헌금했다(느 7:71~72). 이스라엘에서는 1 마네가 50세겔에 해당한데 반해 바벨론에서는 1 마네가 60 세겔로 통용되었는데 선지자 에스겔은 바벨론의 전통을 좇았다(겔 45:12). 신약시대에 마네는 헬라어 므나로 번역되어 화폐 단위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달란트의 비유가 다른 재능을 각 사람에게 준 것이라면 므나의 비유는 동일한 기회를 사람들에게 주셨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비유에서 므나는 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므나는 약 100 드라크마에 해당하는 것으로 1 드라크마가 노동자 1일 품삯임을 기억할 때 1 므나 역시 상당히 큰 액수였다. 

 

사진 1. 1 달란트 모형 사진 출처: “고대 이스라엘의 동전”, 국제성서박물관

 

사진 2. 1 달란트 저울 추사진 출처: https://www.learnreligions.com/what-is-a-talent-700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