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에서 읽는 성서시대 역사와 문화 26 - 빌립보 가이사랴 지방에 이르러

2022.06.02

복음서에서 읽는 성서시대 역사와 문화 26 - 빌립보 가이사랴 지방에 이르러

 

신약 시대 갈릴리 호수 동남쪽은 데가볼리라 불리는 로마의 통치지역으로 화려한 로마 도시들이 건설되었다(지도 1). 반면에 동북쪽은 헤롯 대왕의 아내 중 클레오파트라(예루살렘 출신)의 아들인 빌립(혹은 빌립보, Herod Philippi 주전 4년~주후 34년)이 통치했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유대인 보다는 로마인들의 비율이 높았고 빌립 역시 로마 문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로마화된 도시들이 많았다. 빌립은 그의 통치 지역에서 로마인과 유대인 사이에 충돌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세기 유대인의 역사를 기록한 요세푸스(Josephus)는 빌립을 정의롭고 평화를 사랑하는 통치자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법정을 열고 정의를 집행하기도 했다. 그가 남긴 흔적에서는 유대 율법에 어긋나는 것들이 발견되지만 유대인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지역을 통치했기 때문에 유대인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유대인의 금지는 빌립의 동전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초상을 동전에 새긴 최초 유대 지역의 왕으로 그의 동전에는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 황제를 비롯해 티베리우스의 어머니 리비아의 초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의 통치 지역에서는 다양한 로마의 신전이 발견되었는데 그 중 빌립(보) 가이사랴에 세워져 있던 아우구스투스 신전의 모습은 동전의 문양으로도 사용되었다. 

 

빌립(보) 가이사랴(사진 1)는 사도행전에 자주 등장하는 가이사랴와 혼돈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두 장소는 완전히 다른 위치에 있는 도시이다. 두 도시의 공통점은 모두 헤롯 대왕이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시저) 혹은 한국어 성경에서 익숙한 가이사 아우구스도의 이름을 따라 그를 위해 건설한 도시이다. 사도행전에 등장하고 있는 가이사랴는 지중해변에 위치해 로마로 오고 가는 배들이 정박할 수 있었던 항구 도시였는데 이 도시와 구별하기 위해 성경은 빌립(보)이 통치한 지역인 갈릴리 호수 북쪽의 가이사랴라는 뜻으로 빌립(보) 가이사랴라고 부른 것으로 보인다. 빌립(보) 가이사랴는 사실 구약에도 등장하는 지역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여호수아 11:17; 12:7; 13:5에 “헤르몬 산 아래 레바논 골짜기”의 바알갓으로 추측하고 있다. 도시의 이름에서 우리는 이미 이곳이 가나안의 신 바알을 숭배하고 있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이 곳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폭포가 있는데 석회석의 절벽에 위치해 있는 동굴에서 물이 솟아올라 흘렀다. 많은 물이 흘러나오면서 급류했는데 물의 깊이를 측량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물은 헤르몬 산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과 텔 단의 폭포와 함께 합쳐져 갈릴리 호수와 요단강의 근원이 되었다. 덕분에 이 지역은 초록의 숲이 형성된 비옥한 장소로 유명했다. 알렉산더 대왕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면서 이곳은 헬라의 신 판(Pan)의 도시가 되어 헬라어로 파니아스(Panias)라고 불렸다. 현대 아랍어 이름은 바니아스(Banias)로 고대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판 신은 양치기와 들의 신으로 뒷다리와 뿔은 염소 같이 생겼으나 상체는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판이 이 곳의 물이 솟는 동굴에서 태어났다고 믿었다. 물이 부족한 중동 지역에서 물은 곧 다산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판은 매년 봄마다 축제를 열고 신전에서 춤을 추었으며 매춘과 성행위를 포함한 제사를 지내며 섬겨졌다. 판의 숭배자들은 동굴에서 솟아나는 물에 염소를 던졌는데 급류에 휩싸여 염소가 가라앉으면 판이 염소를 희생 제물로 받아드린 것이며 만약 염소가 뜬다면 제물을 거부한 것으로 숭배자들은 다른 염소를 사서 다시 제사를 드려야 했다. 덕분에 판 동굴의 물은 항상 염소 피로 가득했다. 판을 위한 성소가 동굴 앞에 꾸며지기도 했다. 

 

로마 시대, 아우구스투는 파니아스를 헤롯 대왕에게 주었고 그는 아우구수투스를 위한 로마의 도시를 건설하고 가이사랴라고 이름지었다. 헤롯 대왕은 동굴 입구 앞에 아우구스투스를 위한 대리석 신전을 지었다. 지금도 신전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데 특별히 바위 절벽에 조각되어 있는 벽감들이 남아 있다(사진 2). 주후 1세기 이 지역에서 주조된 동전에 묘사된 빌립(보) 가이사랴의 신전에 의하면 벽감들에는 신의 형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신들은 대체로 판 신과 그와 관련있는 신들로 그의 아버지 신 헤르메스와 그의 배우자이자 요정인 에코가 묘사되어 있다. 

 

예수와 제자들이 방문한 빌립(보) 가이사랴는 판 신전을 중심으로 형성된 로마 도시였다(마 16:13~20; 막 8:27~30). 예수는 여기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인자를 누구라 하느냐 물으셨다. 세례 요한이라, 엘리야라, 예레미야나 선자자 중의 하나라 하는 대답도 있었지만 시몬 베드로의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는 대답은 칭찬 받을 만했다. 거대한 판 신전과 로마의 화려한 도시 앞에서 베드로의 고백은 더 값어치 있는 것이었을 것이다.  덕분에 그는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는 축복을 받았다. 

 

지도 1. 주후 1세기 통치 지도지도 출처: 국제성서박물관 “고대 이스라엘의 동전”

 

사진 1. 빌립보의 가이사랴 재현 모습사진출처: https://donnagawell.com/2020/01/31/caesarea-philippi-the-gates-of-hell-will-not-prevail/

 

사진 2. 신전 흔적사진출처: https://donnagawell.com/2020/01/31/caesarea-philippi-the-gates-of-hell-will-not-prev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