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421 - 바울의 언어에서 듣는 구약성경(11)

2022.05.10

말통묵상 421 - 바울의 언어에서 듣는 구약성경(11)

“내가 내 백성 아닌 자를 내 백성이라, 사랑하지 아니한 자를 사랑한 자라 부르리라 너희는 내 백성이 아니라 한 그곳에서 그들이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롬 9:25-26)

로마서 9:25-26에서 바울은 호세아의 예언을 인용한다(호 2:25). 하지만 바울은 호세아 본문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본문의 단어들을 자유롭게 확대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호세아 2:25의 문맥에 따르면, 주전 8세기 북이스라엘에서 활동했던 예언자 호세아는 하나님과의 언약적 관계를 배반한 북이스라엘의 회복을 약속하고 있다. 비록 하나님이 일시적으로 북이스라엘과의 언약적 관계를 끊으셨지만(호 1:9b), 창녀 고멜에 대한 호세아의 언약적 신실함으로 상징된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으로 이스라엘을 회복하실 것이라는 소망을 호세아가 예언했다(호 2:21-22).

하지만 바울은 로마서 9:25-26에서 호세아의 이스라엘 회복을 ‘이방인의 하나님 백성됨’으로 해석한다. 즉, 북이스라엘의 “음란함”(호 1:2)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회복을 구구절절이 소망하는 호세아의 예언을 가지고, 바울은 북이스라엘이 아닌 “이방인”(롬 9:23)을 “하나님의 백성”(롬 9:26)으로 받아들이신다는 예언으로 다시 읽어낸다. 여기서 학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헤이스에 따르면, “바울은 이스라엘이 백성의 자격을 상실했을 때에 백성으로의 회복을 약속받았듯 그렇게 이방인들 역시 백성이 될 수 있다고 주장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방인들을 부르실 것이 호세아 선지자가 의도한 바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헤이스는 호세아의 예언적 의미가 바울에게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다시 정리하면, 바울은 본래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 이방인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약속으로 호세아를 다시 읽어낸 것이다. 앞서 바울이 ‘하나님의 택하심’을 증언하기 위해 인용한 아브라함-사라-이삭-이스마엘(롬 9:7-9), 야곱-에서(10-13절), 모세-바로(15-18절)에서, 바울은 ‘이스마엘-에서-바로’가 곧 호세아가 비판한 ‘불신의 북이스라엘 백성’이며 바울 당시 목이 곧고 버림을 받은 유대인에 비유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해야만 한다. 로마서 9:24 “이 그릇은 우리니 곧 유대인 중에서 뿐 아니라 이방인 중에서도 부르신 자니라”에서 “유대인 중에서 뿐 아니라”는 바울의 모순적 언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이것은 호세아가 예언한 ‘북이스라엘의 회복’을 바울이 ‘이방인의 하나님 백성됨’으로 해석한 로마서 25-26과 충돌하고 있다. 실제로 로마서 9장의 서두(1-5절)에서 바울은 이방인과 유대인을 정반대의 위치에 놓기도 했다. 바울은 유대인의 구원 혹은 유대인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신 약속을 두고 스스로 혼란에 빠진 것일까? 도대체 바울은 “유대인 중에서 뿐 아니라 이방인 중에서도”의 증언에서 무엇을 의도하고 있을까? 우리는 바울이 인용한 이사야 본문 인용(롬 9:27-29)에서 그 해답을 고민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