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통묵상 334 - 성경 뒷 이야기(53)

2021.11.24

브엘세바 이야기(1)

유네스코 지정 세계 유산 유적지
성경은 이스라엘의 경계를 “단에서부터 브엘세바까지”라고 말하고 있다(삿 20;1; 삼상 3:20; 삼하 3:10; 17:11; 24:2; 왕상 4:25). 단은 이스라엘의 최북단에 있는 도시지만 브엘세바는 최남단에 있는 도시는 아니다. 브엘세바 남쪽은 네게브라 불리는 지역으로 성경은 이곳을 남방이라고 불렀다. 아브라함이 이집트로 내려갈 때 네게브를 지나갔고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을 향해 올 때도 네게브를 지나갔다. 성경은 또한 이곳을 광야 혹은 사막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네게브는 비가 오지 않아 마치 사막과 같은 지역이기 때문에 브엘세바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이스라엘 최남단에 위치한 마지막 도시였기에 남쪽 경계도시로 불리곤 하였다. 현대에도 네게브 지역은 비잔틴시대나 십자군 시대 은둔자들의 거처의 흔적이나 오아시스를 개발해 생겨난 작은 키부츠들 외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현재 브엘세바라고 불리는 도시 옆에 위치한 텔 세바(Tel Sheva)를 고대 브엘세바라고 추정하고 있다. 텔 세바에서는 1969년부터 텔아비브 대학교의 아하로니(Y. Aharoni) 교수의 지도 아래 발굴이 시작되었으며 2003년 최근까지도 발굴이 진행되었다. 텔 세바를 성서의 브엘세바로 보는 학자들의 의견은 거의 논란 없이 일치하고 있으며 발굴의 성과가 성서 내용과 상당히 근접하다는 결과로 인해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 유적지로 지정된 바 있다.


맹세의 우물/일곱 개의 우물
브엘세바는 7개의 샘이라는 히브리 어원을 갖고 있다. 또한 맹세의 샘이라는 뜻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브엘세바의 어원을 아브라함과 아비멜렉 사이의 언약(창21:31)에서 찾고 있고 또한 이삭과 아비멜렉의 언약(창 26:33) 때문이라고도 한다. 아브라함과 이삭은 그랄 지방 아비멜렉의 자손들과 우물에 대한 시비가 붙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우물들을 빼앗는 아비멜렉의 자손들 때문에 발생한 싸움이 마무리되면서 이 장소는 우물을 판 증거에 대한 맹세로 혹은 더 이상 싸움이 없는 것에 대한 맹세로 브엘세바라고 불렀다. 이 때 아브라함의 일곱 양이 언급되며 야곱은 일곱 개의 우물을 팠다. 어찌됐든 이 이름은 브엘세바가 물이 풍부한 장소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수자원이 풍부하다는 조건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는 결과를 이야기해 준다. 실제로 텔 세바에서는 주전 4,000년 동석 병용기 시대부터의 유물들이 발견되었으며 수많은 우물들과 물 저장고들도 함께 발견되었다.

텔 세바에서 발견된 왕국시대의 유물과 건물들은 성경의 스토리에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맹세의 땅이었던 브엘세바는 야곱 시대에는 이스라엘 민족의 주요 거주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야곱은 벧엘에서 여호와께 제단을 쌓은 후 브엘세바를 그의 주요 거주지로 삼았다(창 28:10-15; 46:1-7). 여호수아는 정복 전쟁 이후 브엘세바를 시므온과 유다의 땅으로 배분하였으며(수 15:28; 19:2) 사무엘의 아들들이 사사로 브엘세바에 살면서 그들의 아버지와는 달리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뇌물을 받고 재판을 하여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삼상 8:2). 고고학적으로도 주전 1200년경부터 이스라엘 민족의 대표적인 항아리라든가 가옥의 형태가 나타나 이스라엘 민족이 정착했음을 보여주고 있다.